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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헐리우드로 떠나는 시간여행, 코엔 형제 감독 신작 <헤일, 시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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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K브로드밴드 2016. 5. 30.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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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엔 형제 감독의 신작 <헤일, 시저!>는 1950년대 미국 고전영화와 영화인들로부터 모티브를 얻은 코미디 영화다. 굳이 코엔 형제의 팬이 아니라도 두루 즐길 수 있을 법한 대중성을 갖췄다. 그런 가운데도 코엔 형제 특유의 날카로운 풍자와 유머는 오롯하다. 꽤 오랜만에 당도한 그들의 본격 코미디 영화는 또 어떤 매력으로 우리를 사로잡을까. B tv에서 방영 중인 코엔 형제 감독의 다양한 작품도 한자리에 모았다. 

글 | 장영엽(씨네 21)



#조지 클루니의 15년간 차기작 

조지 클루니는 수 년 전부터 자신의 차기작을 묻는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저는 <헤일, 시저!>에 출연할 겁니다.” <헤일, 시저!>는 코엔 형제가 조지 클루니와 함께 <오! 형제여 어디에 있는가?>(2000)를 촬영하던 당시 처음 수면 위로 떠올랐던 프로젝트다. 형제는 클루니에게 ‘1920년대 배우들이 고대 로마를 배경으로 하는 연극에 출연하는 이야기’를 구상 중이라고 말했고 조지 클루니는 그 프로젝트에 함께하고 싶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조지 클루니가 <참을 수 없는 사랑>(2003)과 <번 애 프터 리딩>(2009)에 출연하며 코엔 형제와의 협업을 이어가는 와중에도 <헤일, 시저!>는 감감무소식이었다. 그리고 각본 없이 아이디어만 존재했던 영화에 대한 이 할리우드 톱스타의 러브콜이 드디어 결실을 맺었다. 조지 클루니의 노력이 없었다면, 아마 <헤일, 시저!>는 코엔 형제의 머릿속을 배회하는 수많 은 이야기 중에서 뒷전으로 밀렸을지도 모른다. 

코엔 형제의 신작 <헤일, 시저!>는 1950년대 미국 영화사 캐피틀 픽처스의 총괄프로듀서 에디 매닉스(조슈 브롤린)의 궤적을 좇는 영화다. ‘캐피틀 픽처스’라는 이름이 어쩐지 낯익다면 코엔 형제의 전작 <바톤 핑크>(1991)를 보았을 가능성이 높다. 1940년대 돈과 명예를 좇아 할리우드에 왔지만 살인사건에 휘말려 호텔을 불태우고 사라진 문제적 시나리오작가, 바톤 핑크가 일하던 곳이 바로 캐피틀 픽처스였다. 바톤 핑크는 홀연히 사라졌지만, 꿈의 공장은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뒤에도 여전히 활발하게 돌아가는 중이다. 그리고 그곳에는 고독한 남자, 에디 매닉스가 있다. 그는 스튜디오 곳곳을 오가며 온갖 문제를 해결한다. 말 타고 휘파람만 불던 액션 배우(엘든 이렌 리치)는 실내극에 적응하지 못한다. 그 실내극의 감독(랄프 파인즈)은 배우의 ‘발연기’를 참을 수 없어 사무실 문을 박차고 들어온다. 미혼의 여배우(스칼렛 요한슨)는 임신을 하고 특종을 찾던 가십 칼럼니스트(틸다 스윈튼)는 루머의 실체를 폭로하겠다고 한다. 설상가상으로 영화사의 얼굴인 톱스타 베어드 휘트록(조지 클루니)이 납치된다. 대작 <헤일, 시저!>의 클라이맥스 촬영을 남겨두고 사라진 베어드를 찾기 위해, 에디는 언론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은밀히 그의 흔적을 좇는다.



#현실과 상상의 아슬아슬한 경계 

<헤일, 시저!>의 캐피틀 픽처스는 1950년대 MGM 스튜디오를 모티브로 제작된 가상의 공간이다. 1940년대까지 황금기를 누리던 MGM은 1950년대 들어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TV가 영화의 새로운 라이벌로 떠오른 것이다. 대형 스튜디오들은 극장을 처분할 판인데, 워싱턴발 매카시즘은 할리우드에 먹구름을 드리웠다. 음울한 분위기를 상쇄하려는 듯 할리우드 는 수천 명의 배우들을 앞세운 에픽 블록버스터와 화려한 뮤지컬영화, 우아하고 경이로운 수중발레영화 등을 쏟아냈는데 이러한 영화산업의 풍경이 <헤일, 시저!>의 밑그림이다. 1950 년대에 태어난 코엔 형제가 이 당시 영화를 접한 건 슈퍼8mm 카메라를 사기 위해 공원에서 잔디 깎는 아르바이트를 할 즈음이었다고 한다. “우리는 1950년대 영화를 TV로 접했다. 그 때 본 영화들은 그다지 높은 수준이 아니었다. (중략) 하지만 우리는 후진 영화를 보고 있는지도 깨닫지 못한 채 그 영화들을 좋아했다. 우리는 당시 영화에 깊은 애정을 갖고 있다”고 조엘 코엔은 말한다. 그의 말대로 <헤일, 시저!>는 1950년대 할리우드 고전영화에 대한 코엔 형제의 러브레터나 다름없다. 실존인물과 사건을 노골적으로 연상케 하는 에피소드에서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짐작해보는 건 이 영화를 즐기는 또 다른 방법일 것이다. 

주인공을 잇따른 곤경 속에 몰아넣고, 그가 같은 장소로 되돌아오는 과정을 조명하는 건 코엔 형제의 전매특허다. <헤일, 시저!> 또한 한 제작자의 오디세이적 여정이라 부를 수 있는 작품이다. 영화의 시간적 배경인 27시간 동안 에디 매닉스는 가톨릭 테마의 블록버스터 <헤일, 시저!> 현장을 비롯해 <즐겁게 춤을>의 실내극 세트, <흔들리는 배>의 뮤지컬영화 세트, <조나의 딸>의 수중발레 세트 등을 헤매고 다닌다. 각각의 촬 영현장에서 일어나는 사건과 에디가 마주치는 인물들의 사연은 이 피로한 주인공이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넘어서야 하는 일종의 스테이지 역할을 한다. 각종 장르를 자기만의 방식으로 비틀어 인장을 남기는 코엔 형제의 연출 방식은 이번 작품에도 오롯하다.



#코엔 형제의 가장 대중적인 영화 

무엇보다 <헤일, 시저!>는 코엔 형제의 가장 대중적인 영화라고 부를 만하다. 조지 클루니를 비롯해 스칼렛 요한슨, 틸다 스윈튼, 랄프 파인즈, 채닝 테이텀 등 매 장면을 빛내는 할리 우드 톱스타들과 호사스러운 볼거리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무엇보다 주인공 에디 매닉스를 바라보는 코엔 형제의 시선에서 변화가 감지된다. 주인공의 수난·실패·거절이 반복적으로 쌓이면서 내뿜는 서늘하고도 황량한 에너지는 그동안 ‘코엔 월드’를 완성하는 핵심적인 요소였다. 하지만 <헤일, 시저!>의 에디 매닉스는 시련을 겪되 패배하지 않는 인물이다. 그가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은 전형적인 ‘성장’의 단계를 따르며, 심지어 후반부에 이르면 죄많은 사람들(아마도 스튜디오 사람들)을 위해 대신 희생하는 그리스도를 연상케 한다. 확실히 <헤일, 시저!>는 자신들이 설계한 이야기의 미로 안에 더 깊은 상징과 의미를 실마리처럼 던져놓는 코엔 형제의 이전 작품과는 다르다. 그럼에도 1950년대 시네마에 대한 애정과 유머로 가득한 이 영화 역시 매혹적이기 그지없다. 또 언제쯤 당도할지 모를, 코엔 형제의 차가운 황무지 같은 영화를 기다리며 가볍게 쉬어갈 수 있는 경유지라고 할까.



#골 때리게 웃기고 희한하게 눈물 난다! 코엔 형제 감독 작품들

<인사이드 르윈>(2013) 

코엔 형제가 연출한 첫 음악영화. 제66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다. 뉴욕의 시린 겨울에 코트도 없이 지인들의 집을 전전하는 가난한 뮤지션 르윈(오스카 아이삭)은 꿈을 포기해야 할지 갈등에 빠진다. 그는 마지막 도전 삼아 유명 음악 프로듀서인 버드 그로스맨이 주최하는 오디션에 참가하기 위해 무작정 시카고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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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브레이브>(2011) 

코엔 형제가 각본·연출·제작까지 맡은 서부극. 14살 소녀 매티(헤일리 스타인펠드)는 자신의 아버지를 살 해한 무법자 톰 채니(조슈 브롤린)에게 복수하기 위해 전 보안관 카그번(제프 브리지스)을 고용해 그의 뒤를 쫓는다. 그러나 현상금을 노리는 특수경비대원 라 뷔 프(맷 데이먼)가 동행하면서 일이 꼬이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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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어스 맨>(2010) 

2010년 오스카 각본상·작품상 후보작. 대학에서 물 리학을 가르치는 래리(마이클 스터버그)는 아내에게 이혼 통보를 받고 자식들에게 시달리는 와중에 직장 에서 해고될 위기에 처하자 문득 억울하단 생각이 든 다. 왜 자신에게만 이런 일이 생기는지 신에게 묻고 싶어진 그는 신을 대신할 세 명의 랍비를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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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사랑>(2003) 

로스앤젤레스의 이혼 전문 변호사 마일즈(조 지 클루니)가 승승장구한 인생에 지루함을 느끼 고 있을 무렵, 흥미로운 여성이 나타난다. 부유 한 남자들과 결혼해 위자료를 챙기는 재미로 살아가는 마릴린(캐서린 제타 존스)이다. 마일즈가 마릴린의 남편을 변호하며 그녀의 계획을 수포로 만들면서 두 사람은 앙숙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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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2002) 

칸국제영화제 감독상 수상작. 1950년대 캘리포니아의 한 마을. 이발사 에드(빌리 밥 숀튼)는 아내 도리스(프란시스 맥도맨드)의 외도 상대 빅 데이브(제임스 갠돌피니)를 협박해 사업자금을 뜯어내고 결국 그를 살해한다. 그런데 경찰은 도리스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에드는 아내를 위해 유능한 변호사를 고용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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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2007) 

오스카 작품상·감독상 수상작. 사막 한가운데서 사냥을 즐기다 선혈 낭자한 사건현장을 목격하게 된 모스(조슈 브롤린)는 물 한모금 달라는 생존자를 외면 하고 거액의 돈가방만 챙겨 달아난다. 다음날부터 그는 살인마 안톤 시거(하비에르 바르뎀)과 보안관 벨(토미 리 존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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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했습니다. *

* 본 포스팅의 원본 글은 B tv 매거진 5월호(링크)에서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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