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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치고 싶은 작은 영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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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K브로드밴드 2017. 4. 3.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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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링크)

이 영화들을 보시라고 긴 사설을 풀 필요가 없다. 둘 다 대형 영화체인들에게 한방 먹인 영화들이다. 자본이 등 돌렸지만 굳건히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는 영화가 〈귀향〉이다. 〈동주> 역시 저예산으로 제작돼 입소문으로 흥행했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두 영화에 왜 관객은 감동했나. 아직 일제강점기 찌꺼기들이 떵떵거리는 사회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글 | 김소민

 

# 윤동주의 삶과 시 <동주>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링크)


이준익 감독은 인터뷰에서 말했다. "시도하지 않는 것이 가장 나쁜 것이다" 이 영화는 그대로 큰 시도였다. 윤동주, 해사한 얼굴의 그는 교과서에 박제돼 있었다. 누구나 아는 것 같은데 실은 잘 모르는 이름이다. 영화는 그 이름을 불러내 염치를 알고 사는 것이 무엇인지 묻는다. 부끄러움을 뼈아프게 알았던 청춘들의 얼굴을 통해서다. 이 질문을 왜 지금 던지는지는 자명해 보인다. 부끄러움을 모를수록 떵떵거릴 수 있으니 말이다. 영화는 윤동주(강하늘)와 송몽규(박정민)의 이야기다.

송몽규는 윤동주의 사촌이다. 존재만으로 동주에게 열등감을 안길 것 같은 인물이다. 같은 집에서 석 달 먼저 태어났고 같은 감옥에서 한 달 먼저 숨졌다. 모든 면에서 윤동주보다 잘나 보인다. 신춘문예에도 당선되고 연희전문학교를 우등으로 졸업하고 독립운동에 투신해 망설임 없이 나아간다. 그에 비하면 윤동주는 다만 시를 쓸 뿐이다. 영화 초반엔 동주와 몽규가 대비된다. 동주는 그늘이고 몽규는 빛이다. 동주는 안으로 삼키고 몽규는 내뱉는다. 동주는 정이고 몽규는 동이다. 그런데 둘 사이엔 공통분모가 있다. 자기 운명 앞에 부끄럼 없이 서려는 고군분투다. 그래서 몽규가 “세상을 바꿀 수 없다면 문학이 무슨 소용이 있니?"라고 폄하했을 때 동주는 처음으로 목소리를 높인다. "시도 자기 생각을 펼치기에 부족하지 않아.” 시는 동주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살기 위한 몸부림이고 몽규에겐 그것이 투쟁이다.

이 영화의 세 번째 주인공은 윤동주의 시 13편이다. 고백하건대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윤동주의 시가 이렇게 절절하다는 걸 미처 깨닫지 못했다. 밑줄 긋고 외우는 교과서 본문으로 알았던 터다. 형무소에서 진술서 쓰기를 끝까지 거부한 윤동주가 마지막 피를 토하는 걸 묵묵히 바라보던 카메라는 어느새 창살 너머 별을 비춘다. 이때〈서시〉가 흘러 나온다.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이 영화는 일제에 대한 울분을 토하게 하기보다는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아픈 질문을 한다. 당신은 부끄러움을 아느냐고, 부끄럽지 않기 위해 무엇을 하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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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년 만에 눈물로 완성한 영화 <귀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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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나오기까지 14년이 걸렸다. 7만 5270명이 도왔다. 그리고 지금까지 300만 명이 보았다. 시작은 조정래 감독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돕는 나눔의 집에서 자원봉사를 시작한 2002년이다. 거기서 그는 강일출 할머니가 그린 <태워 지는 처녀들>을 봤다. 일본군이 감시하는 가운데 불구덩이에서 타죽어가는 친구들을 보며 겁에 질린 자신을 그린 그림이다. 이 그림이 〈귀향〉의 시작이다. 1943년 경남 거창에 사는 소녀 정민(강하나)은 순수를 인간으로 빚은 인물 같다. 하긴 아직 14살이다. 그런 그를 일본군이 잡아가 중국 길림성 위안소로 보내 버린다 그 지옥 속에서 기댈 곳은 우정뿐이다. 정민에게 영희(서미지)는 친언니이며 정신적 동아줄이다. 일본군은 패전하자 길림성 위안소를 패쇄한다. 그리고 소녀들은 구덩이에 몰아넣고 쏴 죽인다. 강일출 할머니의 그림처럼 말이다. 조정래 감독이 영화로 하고 싶었던 일은 한가지다.

"영화를 통해 그 넋을 이곳으로 모셔올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는 꿈을 많이 꾸었다고 한다. 시체구덩이에서 나비로 부활한 소녀들이 훨훨 나는 꿈이다. 만드는 과정은 그야말로 고통이었다. 투자는 힘들었다. 중국 쪽에서 관심을 보이나 했더니 주인공을 중국인으로 바꾸자고 요구했다. 조 감독은 닥치는 대로 도움을 청했다. 그 간절함에 7만 5270명이 화답해 지난해 겨우 크랭크인할수 있었다. 촬영에 들어가도 고통은 끝이 없었다. 소녀들이 위안소를 탈출하려다 얻어맞고 학대당하는 장면을 찍을 때는 “차라리 무엇에 씌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지옥 같은 과정에서 벗어나고 싶었지만 해야 하는 일이었다”며 너무 자극적이지 않느냐는 지적이 있지만 실제 피해를 본 것에 100분의 1도 담지 못했다”고 한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리고 기적이 일어났다. 필부필부들이 나섰다. 한 선생님은 사비를 털어 대관했다. 그리고 관객 300만을 넘었다. 단지 영화에 대한 화답만은 아니다. 300만은 "우리는 잊지 않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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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소담의 따뜻한 위로 <설행: 눈길을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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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사재들〉의 귀신 들린 소녀를 연기해 충무로 신성으로 떠 오른 박소담 주연작〈설행: 눈길을 걷다>는 〈열세살, 수아〉와〈청포도 사탕: 17년 전의 약속〉으로 여자들의 성장통을 주로 다뤄왔던 김희정 감독의 세 번째 장편영화다. 정우(김태훈)는 알코올중독 치료차 가톨릭 교회에서 운영하는 요양원을 찾는다. 그곳에서 일하는 마리아 수녀(박소담)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정우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그러고는 그를 지극정성으로 보살피기 시작한다. 요양원 생할에 제대로 적응할 마음이 없어 보이던 정우는 마리아와 크고 작은 일에 엮이면서 그녀의 숨겨진 능력을 알게 된다. 그런데 정우와 마리아 수녀 두 사람의 비밀을 모두 알고 있는 원장 수녀(전국향)는 묵묵히 뒤에서 지켜볼 뿐이다. 자기 자신의 기원을 찾는 과정,누군가가 방향감각을 잃고 삶을 헤매다보면 어김없이 찾게 되는 '엄마'에 관한 이야기를 섬세하게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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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했습니다. *

* 본 포스팅의 원본 글은 B tv 매거진 2016년 4월호(링크)에서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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